폭력 영화의 진화 폭력 서클

 2006.10.18.

폭력 영화의 진화 폭력 서클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 이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 왜 이렇게 하드보일드 액션영화 장르의 진화는 빠르게 진행되는 걸까.

올해만 해도 죽기 살기로 비열한 거리 고귀한 계보에 이어 폭력 서클이 액션과 느와르 영화의 다양성과 성취도를 높이고 있다. 폭력서클(감독 박기현제작 대원엔터테인먼트)은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소개작품 중 한국영화로는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보는 이를 감동시킬 만큼 리얼리티가 담긴 내용이 우선 이 영화의 최대 미덕이다. 육사를 가기 위해 친구들이 이미 접한 술 담배 대신 콜라를 마실 정도로 모범생이었던 고1 남학생이 불과 한 달 만에 잔인한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속도감 있고 밀도 있게 전개한다.

1998년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여고괴담'으로 여학생의 세계를 제외한 박기현 감독은 '폭력동아리'로 한국 남고생들의 일상과 분노를 그렸다.

고교 1학년 남학생들에게서 나오는 잔혹하기 짝이 없는 액션은 끔찍하지만 그 자체가 드라마의 구조를 갖고 있어 약간은 희박하다. 어찌 보면 피 튀기는 싸움보다 밝고 화려하던 화면이 처음부터 흑백필름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암담한 상황이 더 공포스럽고 섬뜩하다.

피해자가 아니면 가해자가 되는 현실. 이 같은 이분법적인 양극화 현상은 이미 학교에서 시작됐다. 더 이상 학생들을,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없는 학교와 사회를 향해 영화는 극단적인 항변을 한다. 교사가 비열한 폭력성으로 학생을 팬 뒤, 화가 난 학생이 대들자 얘가 선생님을 때리니?라며 처량한 대응을 하는 꼴이라니.

영화음악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영상과 찰떡같이 어우러져 흐르는 음악은 영화의 비장함을 한껏 높이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또 투박한 질감을 앞세운 카메라와 조명은 때로는 관조적으로, 때로는 감정적으로 인물과 동선의 흐름을 잡는 묘미를 선사한다.

영화의 완성도와 함께 부쩍 성장한 배우들을 만나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유약한 이미지가 강했던 정경호는 서로 역을 맡아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이 영화의 리얼리티가 살아나는 것은 정경호의 이미지 변화에서 얻는 부분도 상당하다.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살짝 미소 짓던 그는 모범생에서 살인자가 된, 그러나 여전히 순수한 눈빛을 잃지 않는 상호를 표현했다.

종석으로 출연한 연재욱의 발견도 의미가 있다. 안티 히어로 개념을 명확하게 제시한 연재욱은 신인답지 않게 칠칠맞고 천박하며 폭력적인 캐릭터로 완전히 흡수됐다.

여고 짱으로 나온 장희진도 지금까지 배역 중 가장 몸에 맞는 옷을 입었고 사랑니로 첫 등장한 이태성도 성장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경철 역의 김혜선, 창배 역의 이행석을 비롯한 조연 배우들의 조화도 매끄럽다.

아버지처럼 육사에 진학하는 게 꿈인 상호(정경호)는 대구(이태성)의 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축구모임 타이거를 결성한다. 상호는 공부도 잘하고 생활태도도 바르고 심지어 싸움까지 잘하지만 결코 주먹을 내밀지 않는 우등생. 그의 친구도 순수한 감정을 가진 고교 1학년에 불과하다.

창배(이행석)의 소개로 수희(장희진)를 만난 뒤 일이 이상하게 변해간다(애당초 여자라는 남자에게 경계의 대상이어야 함을 이 영화 역시 피해가지 못한다). 수희는 불량 동아리 TNT파의 두목 한정석(연재욱)의 여자친구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상호 일행과 TNT파는 사사건건 대립한다.

폭력을 쓰고 싶지 않았던 상호는 TNT파와의 전쟁을 피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피살되는 재구에 의해 차마 들어가지 말아야 할 길로 나아간다. 축구와 친구의 만남을 즐겼던 6명의 예쁜 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상큼한 청춘을 즐기지 못한다.

1991년을 배경으로 일어난 일. 그러나 지금과 다를까. 오히려 더 참혹한 현실이 느껴질 것이다. 이 현실의 비참함에 관객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슬픔에 젖는다.

이 영화를 보면 아들을 둔 부모는 암담할 것이다.

19일 개봉. 18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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